디자이너에서 개발자로 전향한 이유는?

발행일: 2025년 11월 09일·수정일: 2025년 11월 10일·인터뷰·...

"영어는 너무 어려워. 그림 그리는게 좋아!"

대학교 2학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23살의 판단력이 맞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단순한 포부를 가지고, 편입한 시각디자인학과에서의 첫 수업은 캐릭터 디자인이었습니다. 디지털 드로잉 강의 첫 시간, 혼자 펜과 노트를 펼처두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적응기를 거치며 3학년을 보내고 파트타임 웹디자이너 아르바이트를 4개월 정도 하게 됐습니다. 3인으로 바쁘게 돌아가던 이 곳에서 퍼블리셔였던 좋은 형님 한 분을 알게 되면서 웹에 흥미를 가지게 됐어요.

학교에서 경험했던 인쇄, 출판, 제품 디자인들은 실수가 있으면 수정이 불가능한데 웹은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는 놀라운 환경이었습니다. 그렇게 온라인을 나의 도화지로 여기며 웹 디자이너를 지향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학교를 졸업하고 디자인 실무를 경험한 뒤 퍼블리싱을 공부하면서 개발 쪽으로 마음이 완전히 기울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PM의 컨펌에 통과하지 못한 시안이 클라이언트의 픽이 되었던 경험을 통해 더 이상 누군가의 주관에 끌려다니기 싫었을지도 모릅니다. 개발은 지표가 확실하니까요. 그렇게 머리를 비우고 개발 공부를 시작하면서 저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팀원들과 함께 소규모의 웹을 만들어보고 맨 땅의 헤딩을 통해 이것 저것 배워봤던 지난 1년 6개월 동안 개발자라는 직업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고연봉의 훌륭한 개발자는 아니지만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던 컴퓨터의 언어로 대화하고 온라인을 통해 내가 의도한 것들을 표현하고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 간다는 점에 감사함을 느낍니다.